영화 기생충 줄거리 결말, 그리고 이 영화가 던지는 메세지
기생충은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영화죠.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그것도 만장일치로 받은, 게다가 동시에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까지, (칸 황금종료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같이 수상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3번째 기록이라고 합니다.) 단연 우리나라 최고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인데요. 영화가 세련되지는 않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에서 말한(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항상 하는 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라는 말처럼 딱 봉준호 감독스럽고, 한국스러운 영화죠. 한국의 밑바닥의 삶을 잘 표현한 영화, 기생충. 리뷰 시작해보겠습니다.
영화 소개
한국 영화의 기적이 탄생한 날이 벌써 7년이나 지났네요. 영화 기생충은 2019년 5월 30일에 개봉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인데요. 제작비 약 135억 원, 러닝타임 131분.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등이 출연합니다. 국내에서 1,031만 관객을 동원해 천만 영화가 되었고, 전 세계에서 약 2억 5,7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제작비의 20배도 넘게 벌어들였네요.
수상 기록은 대략 위에 썼지만 위에 쓴 두개 상 외에도 많은데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관왕을 달성했습니다.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건 기생충이 최초입니다.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 연기상(비영어권 최초 수상),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해외에서만 200개 가까운 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줄거리
송강호 역의 기택의 가족들은 반지하에 삽니다. 아빠 기택, 엄마 충숙, 아들 기우(최우식 역), 딸 기정(박소담 역). 사이는 좋은데 전원 백수입니다. 피자 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로 겨우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해외 관객들은 충격적으로 볼 법한,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빌라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충격적인 장면이었을 텐데, 반지하에 난 창문 위로 취객이 오줌 누는 장면이 나오죠. 저도 이런 반지하 집에 살아봤는데, 비록 저희 집은 옆 쪽 담벼락 쪽으로 창이 있어서 직접 겪진 않았지만 가끔 사람 지나갈 때 다리만 보이는 그런 기묘한 경험을 했던 터라 기택 가족들의 삶이 더 와닿았습니다.)
어느 날 기우의 대학생 친구 민혁이 찾아옵니다. 자기가 하던 고액 과외 자리를 기우에게 넘기겠다는 겁니다. IT기업 CEO 박 사장(이선균 역입니다.) 집 딸의 영어 과외. 기우는 학력을 위조해서 박 사장 집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가족 전체의 침투 작전이 시작되는데요.
기정은 미술 치료사로 위장해서 들어가고, 이어서 기택이 기사로, 또 기택이 수를 써서 충숙이 가정부로 그 집에 들어갑니다. 기존에 있던 기사와 가정부를 교묘하게 내쫓고 그 자리를 차지하죠. 박 사장 가족은 이 네 사람이 한 가족인 줄 당연히 꿈에도 모릅니다. 반지하에서 호화 저택으로, 백수에서 고소득 전문직으로.. 위태위태하지만 안 걸리고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데요.
그러다 기택 가족들이 미친 짓을 벌입니다.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간 어느 밤,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서 술판을 벌이는데요. 그때 예상 못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이전 가정부 문광(이정은 역)입니다. 문 좀 열어달라고 사정을 하죠.
문광에게도 알고보니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요. 이 저택의 지하에 숨겨진 벙커가 있고, 그 안에 문광의 남편 근세가 4년째 숨어 살고 있었습니다. 빚쟁이를 피해 아내 몰래 이 집 지하에 숨어든 것이었죠. 문광은 이 집의 음식들로 남편을 먹이고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굉장히 음침하고 찝찝한 느낌의 스릴러가 됩니다. 그리고 결국은 비극이 되고요.
기택에게 나는 냄새
스포를 하자면, 기택은 결국 박사장에게 칼을 휘두르는데요. 근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은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잔인하고 정말정말 예상치 못한 충격인데, 이건 장면이 주는 충격이라면, 이건 곱씹을 수록 잔인합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이기도 하죠.
박사장은 택시에서 기택과 얘기를 하다가 냄새가 난다며 합니다. 기택은 처음에는 몰랐죠. 자기에게 나는 냄새를 말하는 줄. 그러다 박사장 집에서 기택 가족들이 다 침입해 파티를 벌인 그 날, 캠핑을 떠났던 박사장 부부가 금새 돌아와 기택 가족들은 소파 밑에 숨는데요. 박사장은 와이프인 연교(조여정 역)에게 기택의 냄새에 대해 얘기합니다. 기택에게 냄새가 난다고, "일은 잘하는데 냄새가 나". "선을 넘지는 않지만 냄새가 선을 넘어"라고. 기택은 치욕을 느낍니다. 반지하에서 사는 사람들의 냄새. 아무리 씻어도,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지울 수 없는, 그 공간으로 인해 몸에 배어버린 냄새..기택은 박사장의 그 말에서 계급 차이를 느꼈습니다. 박사장은 본인을 동등하지 않은 낮은 계급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거죠. 그러다 마지막에 박사장 딸의 생일 파티에서 함께 가까이 있다가 박사장은 무심코 기택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서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게 되고, 기택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일을 벌이게 됩니다.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보통 두 계층(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각각 동선이 달라 서로의 냄새를 맡을 일이 없는데, 냄새는 두 계층의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작동하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치라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냄새는 서로의 거리 안으로 들어올 때 느끼게 되는 불편함, 혐오감, 수치심 등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단이라는 장치
이 영화를 보고서 봉준호 감독이 각 장면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메세지, 디테일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것 같은데,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부분들이 많아서 이후에 다시 몇번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 (물론 재밌어서도 찾아보게 된 것도 큽니다.) 두 번째 볼 때부터 눈에 들어왔던 게 계단입니다.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서 도망칠 때, 비 오는 밤에 끝없이 계단을 내려갑니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또 내려갑니다. 박사장의 호화 저택에서 그들의 반지하 집까지. 물리적인 거리 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를 계단으로 보여주는 멋진 연출이었습니다.
박 사장 집은 저 높은 곳에, 그리고 기택 가족의 반지하는 저 낮은 곳에.. 그리고 이건 나중에 저도 리뷰 찾아보다가 알게 된 건데, 전 가정부 문광의 남편 근세가 숨어 있는 벙커는 더 낮은 곳에 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높이는 곧 계급입니다. 비가 오면 박 사장 집은 멀쩡한데 기택 가족의 반지하는 물에 잠겨버리죠. 같은 비인데 높이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런 디테일을 발견할 때마다 봉준호 감독는 진짜 대단한 감독이구나, 감탄이 나옵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
기택이 하는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이것도 그냥 있는 대사가 아닙니다. 영화가 끝나면 알게 되죠. 계획을 철저히 세웠기 때문에 처절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다는 것을..
기택 가족은 박사장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웠었죠. 계획이 완벽했기에 예상 못 한 변수가 나타났을 때 당황해 더 크게 무너졌던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기택 같은 사람들에게는 계획을 세울 여유 자체가 사치라는 거죠. 이 대사가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게 기택이 평생을 살면서 체득한 생존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계획을 세워봤자 소용없다는 걸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죠.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에서 기생충까지
살인의 추억 리뷰에서도 썼지만, 봉준호 감독의 작품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기생충에 도착하게 됩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1980년대 한국의 시대적 한계를 보여줬고, 괴물에서 사회 시스템의 무능함을 보여줬고, 설국열차에서 계급 구조를 직접적으로 다뤘습니다. 기생충은 그 모든 주제가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압축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아카데미를 받았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이렇게 좋은 영화들이 왜 세계에서 인정을 못 받나 답답했던 마음이 한 번에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살인의 추억도, 올드보이도, 그 자격이 충분한 영화들이었는데 시대가 안 됐었던 거죠. 기생충이 그 문을 열어줬습니다.
박동익, 그리고 이선균
끝까지 간다 리뷰에서도 썼지만, 기생충에서의 이선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동익이라는 인물. 부유하고, 세련되고, 매너가 좋고,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무심함이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폭력으로 작동합니다. 냄새 이야기, 선을 넘는다는 이야기. 악의 없이 던진 말들이 기택을 파괴합니다.
이선균이 이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했는가 하면, 박 사장을 보면서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이 사람은 자기 기준에서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라는 걸 이선균의 연기가 보여줍니다. 자기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얼굴. 그게 진짜 계급의 벽이라는 걸 대사 없이 표현해냅니다. 이 배우가 지금 세상에 없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됩니다.
이렇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에 대해 포스팅 해봤습니다. 아마 안 보신 분들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영화 포스팅에서도 스포를 한 게 많지만, 이 영화는 다들 보셨을 거라 생각해서 더욱이나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한번 보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기생충을 보고 싶게 하는 포스팅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생충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영화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왠지 흐름이 아주 좋잖아요 지금.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적으로 점점 더 인정받고, 정복 못할 줄 알았던 빌보드 음악차트까지 우리나라 사람, 우리나라 뮤지션들이 점령하고, 이 외 우리의 다른 문화들도 해외에서 계속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