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 리뷰, 이보다 웃긴 코미디 영화는 없었다
극한직업은 제가 본 영화 중에 진짜 배꼽 잡고 웃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최고의 코미디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웃긴 장면의 대사, 그 호흡 하나하나 다 기억하는, 지금 봐도 너무 웃긴 영화라 종종 유튜브 쇼츠로 찾아보는 영화죠. 이 영화 속 대사 중에 유행어가 되고, 밈이 됐던 대사도 있고요. 한때 엄청 센세이션 했습니다. 이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그 대사는 다들 아실 정도로요.
극장에서 이렇게 관객 전체가 동시에 터지는 경험을 한 게 이 영화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코미디 영화는 혼자 보면 재밌고 같이 보면 두 배로 재밌는데, 그래서 극한직업은 관객들이 꽉 찬 영화관에서 봤을 때 더 웃겼던 영화입니다. (물론 그냥 봐도 재밌으니 걱정마세요.)
우리나라에서 코미디 영화로 천만을 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천만 코미디 영화가 딱 2개 작품이 있죠. 7번방의 선물, 그리고 바로 이 극한직업. 놀랍게도 둘 다 류승룡 배우가 주연입니다. 참 대단한 배우입니다. 정말 무섭게 생긴 마스크와 저음의 중후한 목소리로 어떻게 그렇게 코미디 또한 잘 소화하는지. 광해에서는 류승룡이 허균 역으로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냈고, 7번방에서는 울리면서 웃겼고, 극한직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겼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잘하는 배우가 진짜 실력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류승룡이 딱 그런 배우입니다.
영화 소개
2019년 1월 23일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배우 이병헌과 다른 분입니다. 영화 '스물'로 데뷔한 감독인데, 세 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로 한국 코미디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이 주연이고, 신하균이 악역으로 나옵니다. 오정세도 신하균의 상대편 악역으로 특별출연하는데, 이 둘이 나오는 장면 또한 한동안 유튜브 쇼츠에 도배가 됐었던 장면이죠. 지금도 한번씩 올라옵니다. 러닝타임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최종 관객 수 1,626만 명. 역대 한국 영화 관객 수 2위입니다. 명량(1,761만) 다음입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약 1,400억 원으로, 왕과 사는 남자에 기록을 넘겨주기 전까지 역대 매출 1위였습니다. 제작비의 14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겁니다. 개봉 15일 만에 천만을 돌파했고, 설 연휴 5일 동안만 525만 명을 모았습니다. 대종상 남우조연상과 기획상, 청룡영화상 최다관객상을 수상했습니다.
줄거리 (스포 있음)
마포경찰서 마약반. 고상기 반장(류승룡)이 이끄는 5인 팀입니다. 열정은 넘치는데 실적은 바닥입니다. 범인을 쫓다가 사고만 치고, 급기야 팀 해체 위기까지 몰립니다. 거기다 고 반장의 후배가 먼저 과장으로 진급했다는 소식까지. 자존심도 바닥입니다.
마지막 기회로 국제 마약 조직의 국내 밀반입 정황을 포착합니다. 조직의 보스 이무배(신하균)를 잡기 위해 잠복 수사에 들어갑니다. 감시 장소로 택한 곳이 이무배 아지트 건너편의 치킨집.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던 이 치킨집을 인수하고, 형사들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감시를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아니, 문제라기보다 기적이 일어납니다. 고 반장의 치킨 양념 레시피가 대박을 친 겁니다. 장형사(이하늬)는 홀 서빙, 마형사(진선규)는 튀김, 영호(이동휘)와 재훈(공명)은 배달. 형사들이 진짜로 치킨집을 운영하게 됩니다. 그것도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치킨집이 대박이 나면서 형사들의 정체성이 흔들립니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데 치킨이 너무 잘 팔립니다. 수사를 해야 하는데 주문이 밀립니다. 월급보다 치킨집 수입이 훨씬 많습니다. 형사를 계속 할 것인가, 치킨집 사장으로 전업할 것인가. 이 황당한 딜레마가 영화 전체를 끌고 갑니다.
결국 마약 조직과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치킨집 사장의 가면을 벗고 형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액션도 터지고, 반전도 터지고, 웃음도 터집니다. 마지막까지 긴장과 웃음이 공존하는 결말입니다.
류승룡이라는 배우의 개그 감각
류승룡은 워낙 개그감이 있는 배우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웃긴지 너무 잘 아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영화에서도 웃긴 씬이 많죠. 이 작품에서도 류승룡이 웃기는 포인트들이 정말 많습니다.
고상기 반장이라는 캐릭터는 능력은 있는데 운이 없는 사람입니다. 의욕은 넘치는데 결과가 안 따라주는 사람. 이런 캐릭터가 웃긴 이유는 우리 주변에 실제로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하는데 인정을 못 받는 사람, 뭘 해도 꼬이는 사람. 류승룡은 그 답답함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코미디인데 과하지 않다는 게 이 배우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억지로 웃기려 하면 안 웃기거든요. 류승룡은 상황 자체로 웃음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감독 이병헌의 센스도 한 몫 한 것 같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그 말의 맛을 잘 살려서 너무 웃기거든요. 이하늬의 장형사가 웃기고, 진선규의 마형사가 웃기고, 이동휘와 공명도 웃깁니다. 이게 한 명만 웃긴 게 아니라 다섯 명 전부가 자기만의 개그 포인트를 갖고 있다는 게 이 영화의 강점입니다. 앙상블 코미디의 교과서라고 해도 될 만합니다.
악역의 신하균
코미디 영화에서 악역은 보통 존재감이 약합니다. 웃음에 밀려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극한직업에서 신하균이 연기한 이무배는 나름 존재감이 있었습니다. 약간 허술하면서도 진짜 위험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공존하는 캐릭터인데, 신하균이 그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신하균은 이 전에 도둑들에서 카메오로 잠깐 나와서 천만 배우에 이름을 올렸는데, 극한직업에서는 아예 메인 악역으로 나와서 다시 한번 천만 배우가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본인이 주연을 했던 영화들은 고지전 이후로 200만 관객을 넘긴 게 없고 100만 관객도 못 든 영화들이 많다는 거죠. 작품운이 없다고 해야 하는 건지, 조연으로 출연한 두 작품이 천만 관객이 넘었으니 오히려 작품운이 있다고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조연이라 약간 힘을 빼고 보니 해당 작품들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걸까요? 개인적으로 조금은 안타까운 배우이기도 합니다.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에서는 날아다녔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마약 범죄를 다루는데 왜 이렇게 유쾌한가
극한직업은 경찰이 범인을 잡는 범죄물이기도 하고, 일반 범죄도 아닌 마약 범죄를 소탕하는 스토리인 만큼 내용 자체는 심각합니다. 15세 관람가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심각한 내용을 중화시키는 유쾌한 부분들이 많아서 가족들이랑 보기에도 괜찮은 영화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마약에 대한 호기심이 일 수 있어서 너무 어린 자녀들한테는 보여주지 않으시는 게 좋긴 합니다.
이 영화가 잘한 건, 마약 범죄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어느 순간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통 범죄 코미디 영화는 후반부에 갑자기 심각해지면서 "이게 코미디야 범죄물이야?" 하는 혼란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극한직업은 끝까지 톤을 유지합니다. 액션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오고, 긴장되는 순간에도 한마디가 터집니다. 무엇보다, 계속 얘기하지만 그냥 감독이고 배우고 개그를 할 때 말맛을 어떻게 살려야 더 웃긴지를 잘 아는 사람들 같습니다. 그만큼 그냥 계속 웃깁니다.
코미디 영화로 1,626만 관객이 들었다는 것의 의미
코미디 영화로 1,626만을 모았다는 건, 솔직히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겁니다. 개봉 시기도 좋았습니다. 2019년 설 연휴에 마땅히 맞붙을 대작이 없었고, 연말연시 대작들이 줄줄이 실패한 뒤라 관객들이 가볍고 재밌는 영화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극한직업이 그 빈자리를 정확하게 채웠습니다.
하지만 타이밍만으로 1,626만이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진짜 재밌으니까 입소문이 나고, 입소문이 나니까 또 보러 가고, 가족이랑 보고 친구랑 또 보고. 확실히 재밌는 영화는 계속 자연 바이럴 되고, 보고 또 보고 하니까요. (이번 왕과사는남자 또한 3번 이상 보는 관객이 그렇게 많다죠.) 이런 선순환이 만들어진 겁니다. N차 관람이 안 되는 영화는 절대 이 숫자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극한직업은 두 번째 봐도 웃기고, 이미 대사를 아는데도 또 웃긴 마약 같은 영화라서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리라 생각합니다.
후속작?
극한직업 2편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고, 제작진이나 출연 배우들 모두 제작 및 참여 의지가 많다고 들었었는데 아직 제작된다는 발표는 없었습니다. 좀 더 많이 밀리거나 아예 진행이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2편 저도 너무 보고 싶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1편이 너무 잘되면 후속작들은 잘 뽑아도 1편으로 인한 기대감 때문에 실망하게 되거나, 실제로 1편만큼 재미가 없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후속작도 성공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코미디는 특히 같은 설정으로 다시 웃기기가 어렵습니다. 같은 농담을 두 번 하면 안 웃기잖아요. 제작이 된다 해도 걱정이 되긴 하네요. 뭐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요, 투자자도 아닌데.
이상 극한직업에 대해 리뷰해봤습니다. 정말 재밌는 영화고요, 만약에 무인도 가는데 영화 5편만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하면, 그 5편 중에 꼭 하나는 넣을 만한 작품이니, 한번 배꼽잡고 웃고 싶다, 다 잊고 시원하게 웃고 싶다, 혹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영화 보고싶다 하시는 분들은 시간되실 때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찾아보세요. 킬링타임용으로, 기분전환용으로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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