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해, 한국 영화 최고의 악역 면정학, 하정우 먹방 등 리뷰
하정우의 먹방이 주목을 받게 된 첫 영화죠. 황해를 처음 본 게 한참 전인데, 지금도 김을 먹을 때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에 소시지를 꽂아 먹을 때마다 이 영화가 떠오릅니다. 하정우가 편의점에서 신라면 큰사발면에 소시지를 찔러 넣고 허겁지겁 먹는 장면.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특히 이 편의점에서 허겁지겁 먹는 장면은 참 슬픈 장면이더라구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뭐라도 배에 넣어두려는 처절한 식사이기 때문이죠.
새삼 이 영화감독을 알고 놀랐는데, 이 영화는 추격자로 한국 영화계를 뒤집어놓았던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추격자에서 호흡을 맞춘 하정우, 김윤석, 케미스트리가 좋았는지 다시 불러 작품을 찍은 건데요. 2010년 12월 22일에 개봉했고, 제작비는 약 100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손익분기점이 400만이었는데 226만에 그쳐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예능에서도 계속 언급이 많이 됐었고,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저 또한 지금도 친한 친구들과 만나면 한번씩 성대모사 개인기나 인물묘사를 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흥행에 실패한 건, 아마 타이밍 탓도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청소년 관람 불가이기도 했고, 연말에 개봉했는데 156분짜리 청소년 관람불가 범죄 스릴러를 크리스마스 시즌에 누가 보겠나요 ㅎ
그래도 작품성이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제임스 건 같은 할리우드 감독들이 직접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영화 소개
2010년 12월, 연말에 개봉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입니다. 위에 말씀드렸듯이 하정우와 김윤석 주연의 범죄 스릴러이고, 러닝타임 156분입니다.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는데 수상에는 실패했고요. 추격자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이 워낙 컸는데, 추격자보다 더 재밌냐 하면 음 그건 우열을 가리기힘듭니다. 너무나도 매력이 다른 영화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도 다릅니다. 둘 다 보세요 ㅎㅎ
줄거리 (스포일러 포함)
중국 연변에서 택시를 모는 구남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정우가 연기한 이 인물의 삶은 바닥입니다. 빚더미에 앉아 있고, 한국으로 돈 벌러 간 아내는 6개월째 연락이 없습니다. 돈을 벌어보려고 마작판에 가지만 매번 잃기만 합니다. 구질구질하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삶 자체가 구질구질합니다.
이런 구남에게 면가라는 사람이 접근합니다. 김윤석이 연기한 면정학, 줄여서 면가. 살인청부업자입니다. 제안은 단순합니다. 한국에 가서 사람 하나 죽이고 오라. 돈을 주겠다. 빚도 갚을 수 있고, 한국에 가면 아내도 찾을 수 있다. 구남은 고민합니다. 그런데 고민할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요.
구남은 황해를 건넙니다. 어선을 타고, 불법으로. 서울에 도착한 구남은 타겟인 김승현 교수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아내의 행방을 찾습니다. 그런데 일이 꼬입니다. 타겟이 구남이 손대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먼저 살해당합니다. 현장에서 도주하는 구남은 살인자로 몰립니다. 경찰이 쫓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살인을 의뢰한 쪽에서도 증거를 없애기 위해 구남을 죽이려 합니다. 연변에 있던 면가도 직접 한국으로 건너와 구남을 쫓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구남을 쫓습니다. 경찰, 조직, 면가. 이 사람에게는 편이 아무도 없습니다. 돈도 없고, 신분도 없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는 것뿐입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멈추지 않는 추격으로 질주합니다.
남자들은 너무나도 재밌어 할 만한 영화지만 여자분들은 보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 적나라하게 나오는 장면들이 많고 징그러운 장면들도 있거든요.
김윤석의 면가
김윤석이 연기한 면정학, 이 캐릭터는 한국 영화 악역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보통 악역이라 하면 무섭거나, 잔인하거나, 카리스마가 있거나 합니다. 면가는 이 세가지가 다 있으면서도 뭔가가 또 있습니다. 이 사람은 자기 나름의 논리와 원칙이 있는 사람입니다. 악한 일을 하지만 그 안에서 일종의 질서를 지키려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그리고 김윤석이 연변 사투리를 기가 막히게 합니다. 진짜 연변에서 살다 왔나, 혹은 연변 출신인가 싶을 정도로 잘하고, 실제 조선족들도 김윤석을 보고 진짜 연변 사람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죠. 사투리를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말투, 억양, 단어 선택까지 전부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거 보면 정말 배우들 대단합니다. 그 관찰력으로 완벽하게 사투리를 캐치하고 구현해내니까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김윤석이 여태껏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 면정학이 가장 서늘하고 무서운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타짜의 아귀도 잔인했지만 면가는 그냥 감정이 아예 없는 저승사자 같은 느낌?
그리고 면가가 족발 뼈다귀를 들고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영화 개봉한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부분부분이 다 기억날 정도로 명장면입니다. 원시적인 전투 장면이라 더 그렇고, 이 면가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하정우의 먹방
하정우의 먹방이 이 황해에서부터 이슈가 되기 시작했는데, 보면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저렇게 잘 먹을까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데, 이것도 다 세밀한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구남은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맛있어서 맛있게 먹는 게 아니거든요. 살려고 먹는 거죠. 이걸 생각하고 보면 이 먹방 장면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연변에서 돈에 쫓기다 살기 위해 한국으로 일을 하러 왔고, 한국에서도 돈이 별로 없어서 편의점에서 끼니를 떼웁니다. (물론 계속 감시를 하고, 임무를 수행해야 했기에 편의점에서 먹은 것도 있겠지만요.)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생명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겁니다. 이걸 보면 하정우가 참 계산적으로, 잘 연기를 하는구나, 감탄을 하게 됩니다.
약간은 아쉬운 후반부
솔직하게 쓰겠습니다. 이 영화는 초중반과 후반의 온도차가 있습니다.
1부에 해당하는 연변 파트는 진짜 대단합니다. 한국 영화에서 연변이라는 공간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 있었나 싶습니다. 구남의 구질구질한 일상, 마작판의 분위기, 면가와의 첫 만남, 황해를 건너는 어선 장면. 이 파트만 놓고 보면 한국 스릴러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루한 부분 한개도 없이 쭉 흘러갑니다.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소재와 분위기도 아주 신선하고, 긴장감이 끊이질 않습니다.
2부의 서울 추격 파트도 좋습니다. 구남이 모든 세력에게 쫓기면서 도망치는 과정이 숨 막힙니다. 여기까지는 완벽합니다.
다만 면가가 너무 셉니다. 거의 무적처럼이요. 후반부로 갈수록 좀 과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정우와 면가, 김윤석이 맞붙는 장면들의 액션이 점점 비현실적으로 변하는데요. 아무리 때려도 안 죽고, 아무리 찔려도 일어나고, 초인적인 체력으로 계속 싸웁니다. 물론 이런 부분 때문에 더 무서운 것도 당연히 있습니다. 근데 초중반의 사실적인 분위기와 약간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약간 아쉬운데, 근데 또 이렇게 무적이 아니었다면 하정우의 처절함이 느껴지지 않았겠죠. 많이 무섭지도 않고 스릴 있지도 않았을 테고요. 한편으로 이렇게 무적이기 때문에 그 대비 효과가 컸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래서 총평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그렇지만 이해가 가는 수작이랄까요?
구남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의 절박함,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의 비참함. 이런 감정을 가장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 황해,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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