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까지 간다, 한국 최고의 범죄 스릴러라 생각하는 영화

이 영화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심장이 쿵쿵하면서 긴장감 있게 본, 정말 재밌는 액션 영화입니다.'끝까지 간다'라는 제목처럼 중간에 지루할 틈 없이 박진감 넘치게 흘러가는데요. 한 번 엉킨 상황이 풀리기는커녕 계속 더 꼬이고, 꼬인 게 또 꼬이고, 그 위에 더 꼬입니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나는 영화. 관객 345만명이 든 영화인데 개인적으로는 좀 더 들었어야 맞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로, 주연 배우 두명 다 논란이 있고, 심지어 그 중 한명은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이 영화를 거들떠 보지도 않으실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새 영화가 아니고 이미 지나간 영화이고, 잘잘못을 떠나서 이 사람들이 연기한 캐릭터와 작품을 보는 것이니 스릴러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기력은 정말 최고입니다. (연기력이 좋아서 다시 복귀했으면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알려진 상황만 보면 저도 너무 불쾌하거든요. 이선균 배우는 남에게 피해는 안 끼쳤고, 불륜이나 그런 사실은 아직 정확하지는 않기에 중간의 입장이고,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영화 소개

영화 '끝까지 간다' 공식 포스터

2014년 5월 29일 개봉한 김성훈 감독의 범죄 스릴러입니다. 이선균, 조진웅 주연입니다. 개봉 전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김성훈 감독은 데뷔작이 흥행에 실패를 했었거든요. 그런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니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죠. 장동건 주연의 '우는 남자'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관심이 이 쪽에 다 쏠려서 더욱이나 그랬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반대였죠. '우는 남자'는 졸작 취급받으며 60만명에 그쳤고, 끝까지 간다는 345만 관객을 모으며 대성공했습니다. 손익분기점이 170만이었으니 두 배를 넘긴 겁니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 저는 아쉽긴 합니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만한 작품성이 있는 영화니까요. 이건 제 감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칸 영화제 67회 감독주간에도 초청되어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이후 프랑스, 일본, 중국 등에서 줄줄이 리메이크가 만들어졌죠. 한국에서 만든 이 오리지널 '끝까지 간다'가 그만큼 강력했다는 뜻입니다.

청룡영화상에서 각본상, 편집상, 남우조연상(조진웅)을 받았고, 백상예술대상에서는 감독상과 남자최우수연기상을 받았습니다. 대스타 없이 시나리오와 연출력만으로 이 정도 성적을 낸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 (이선균 조진웅 정도면 스타성은 있지만 하는 작품마다 흥행시키는 배우라고는 볼 수는 없어서 대스타는 아니라고 적은 바이니 혹시나 팬분들 노여워하지 마세요)


줄거리 (스포일러 포함)

형사 고건수의 하루는 최악입니다. 어머니 장례식 날인데, 경찰서에서 급한 연락이 옵니다. 아내한테는 이혼 통보를 받은 상태이고, 자기 팀이 내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례식장으로 가던 중, 건수는 실수로 사람을 칩니다. 갑자기 도로에 뛰어든 남자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확인해 보니 이미 죽어 있습니다. 주변에 순찰차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신고하면 끝입니다. 내사 받고 있는 형사가 뺑소니까지 치면 교도소행입니다. 건수는 판단을 내립니다. 시체를 차에 싣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 영화의 가장 미친 설정이 나옵니다. 건수는 시체를 숨길 곳을 찾다가, 어머니의 관 속에 시체를 같이 넣습니다. 장례식이 진행 중인 어머니의 관 속에. 관이 닫히고 땅에 묻히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입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발상을 어떻게 하는 건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정체불명의 남자 박창민이 나타납니다. 조진웅이 연기한 이 인물은 그 사고를 전부 봤다고 합니다. 목격자인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단순한 목격자가 아닙니다. 건수를 협박하기 시작하는데, 목적이 뭔지를 감춘 채 점점 조여옵니다. 건수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됩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실종 사건과 뺑소니 사건에 대한 수사가 동시에 시작됩니다. 범인이 바로 자기 자신인 건수는 수사를 방해하면서 동시에 창민의 협박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죽은 남자가 대체 누구였는지, 창민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폭주합니다.


정말 무서운 캐릭터, 박창민

이 영화에서 조진웅, 즉 박창민 캐릭터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합니다. 박창민이라는 인물이 화면에 등장하면 공기가 순식간에 바뀝니다.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무서운 건 확실합니다. 표정은 웃고 있는데 눈은 안 웃고 있습니다. 말투는 친근한데 내용은 협박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조진웅이 왜 이 역할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는지 알게 됩니다. 이선균이 궁지에 몰린 주인공을 잘 연기했다면, 조진웅은 그 궁지를 만드는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했습니다. 이 둘의 대립 구도가 영화 전체를 끌고 갑니다. 한 명은 숨기려 하고, 한 명은 파헤치려 합니다. 이 밀고 당기기가 영화 내내 지속되면서 긴장감이 한 번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조진웅이 이선균을 코너에 몰아넣는 장면들에서, 관객 입장에서는 주인공을 응원해야 하는데 솔직히 주인공이 잘못한 게 맞으니까 응원하기도 뭐합니다. 이 묘한 감정.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는 느낌. 그게 이 영화를 단순한 추격 스릴러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한 영화로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조진웅의 연기력이야 다들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대단한 배우라고 느꼈습니다. 항상 똑같은 느낌으로 연기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대표적으로 장혁, 황정민 이런 배우들. 물론 연기를 못하는 게 아니고 연기 스타일 차이라 단순 호불호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한, 황정민은 항상 똑같은 느낌이어도 그 지루함을 뛰어넘는 경지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합니다.) 조진웅 또한 연기하는 캐릭터마다 다르게, 그 특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진짜 그 캐릭터가 되어 연기를 하는데, 조진웅도 대배우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는 정도의 인물 같습니다. 한번 보시면 왜 제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지 아실 겁니다.


시나리오가 진짜 미쳤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시나리오입니다. 각본도 김성훈 감독이 썼는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귀향'을 보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하죠. 주인공이 시체를 매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만약 이때 누군가한테 들켰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지난 시간에 포스팅한 영화 '광해','왕과사는남자'도 이런 한 줄의 상상력에서 시작했었죠. 이 영화 또한 이 질문 하나에서 이 전체 스토리가 나온 겁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시체를 숨겼는데 들키면? 들킨 사람이 단순한 목격자가 아니라면? 경찰 내부에서 수사가 시작되면? 그 수사의 범인이 자기 자신이라면? 하나의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더 극단적으로 치달아갑니다. 

또 한번 대단하다 느낍니다. 상상력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나가고 대본을 만드는 그 능력. 

불필요한 장면도 진짜 하나도 없습니다. 초반에 지나가듯 나온 장면이 후반부에서 결정적인 복선이 되고, 사소해 보였던 대사가 나중에 핵심 단서가 됩니다. 이 정도로 촘촘하게 짜인 시나리오는 한국 영화에서도 손에 꼽힙니다. 청룡 각본상을 받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 영화를 지금 봐야 하는가

개봉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10년이 넘은 영화인데 왜 지금 추천하느냐.

일단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습니다. 둘째, 러닝타임이 길지 않고 전개가 빨라서 한 번 틀면 끝까지 봅니다. 지루할 틈이 없이 흘러가 시간 순삭입니다. 셋째, 이선균이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선균 배우의 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고, 주변에도 자주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보시면 분명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단, 무서울 수는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장면들이 등장하거든요. 효과음 등의 연출도 대단하구요. 그렇다고 소리를 줄이고 보지는 마세요. 소리까지 빵빵하게 틀고 봐야 진가를 100%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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