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얼마 전 친구들이랑 남산에 놀러 갔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듣고 왔습니다.
남산을 걷고 있는데 마침 옆에서 여행 가이드분이 사람들에게 나무와 열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가리키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거 밤처럼 생겼는데 뭔 줄 아세요? 밤 아니에요. 절대 먹으면 안 돼요.”
엄마 말로는 생긴 게 정말 밤 같았답니다. 가이드분은 밤인 줄 알고 먹었다가 입 주변이 붓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꽤 강조했다고 합니다.
집에 와서 엄마가 저한테도 물어봤습니다.
“밤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밤 아닌 열매가 뭔지 알아?”
처음에는 저도 뭔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칠엽수 열매였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진짜 밤처럼 생겼습니다.
가을에 길에 떨어져 있는 걸 아무 설명 없이 봤다면 저도 밤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칠엽수 열매가 정확히 무엇인지, 우리가 먹는 밤과 어떻게 다른지 찾아봤습니다.
밤처럼 생긴 칠엽수 열매는 무엇일까?
먹는 밤과는 아예 다른 나무의 열매다
칠엽수 열매는 겉모습이 밤과 닮았지만 우리가 가을에 먹는 밤과는 다른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입니다.
우리가 먹는 밤은 밤나무에서 열립니다. 반면 칠엽수는 밤나무와 다른 종류의 나무입니다.
칠엽수 열매가 익으면 겉껍질 안에서 갈색 씨앗이 나오는데, 이 씨앗이 반질반질하고 갈색이라 얼핏 보면 영락없는 밤처럼 보입니다.
특히 열매 하나만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더 헷갈릴 만합니다.
저도 칠엽수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열매가 이렇게 생겼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칠엽수 열매는 정말 먹으면 안 될까?
밤인 줄 알고 삶거나 구워 먹어서는 안 된다
칠엽수 열매는 식용 밤이 아니므로 주워서 먹으면 안 됩니다.
칠엽수속 열매에는 사포닌 계열의 독성 성분이 있으며, 생으로 섭취하면 메스꺼움이나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해외 중독정보기관인 Poison Control에서도 식용 밤과 비슷하게 생긴 horse chestnut을 사람이 먹으면 위장관 증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섭취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밤처럼 생긴 열매를 발견했다고 해서 주워 와 삶거나 구워 먹어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먹으면 입이 붓는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봐야 할까?
엄마가 남산에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밤인 줄 알고 씹었다가 입이 크게 부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찾아보니 단순히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해외 중독 사례 중에는 horse chestnut 씨앗을 먹은 뒤 구토와 함께 얼굴 부종 등이 나타난 사례도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칠엽수 열매를 조금 씹었다고 모든 사람의 입이 반드시 붓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섭취량과 개인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칠엽수를 먹으면 무조건 입이 붓는다”기보다는 독성이 있는 비식용 열매이므로 애초에 먹어서 확인하면 안 된다고 기억하는 게 정확합니다.
칠엽수 열매와 밤은 어떻게 구별할까?
알맹이만 보면 생각보다 헷갈린다
제가 사진을 찾아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도 이것이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밤이 아니라고 알지?”
갈색에 반질반질한 모습만 보면 상당히 비슷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밤은 한쪽 끝이 뾰족하게 올라온 모양이 흔합니다. 반면 칠엽수속 열매의 씨앗은 비교적 둥글고 매끈하며 넓고 옅은 색의 자국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열매 모양 하나만 외워서 판단하는 것은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자연에서 자라는 열매는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밤송이다
오히려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을 보면 구별하기가 쉬워집니다.
우리가 아는 밤송이를 떠올려보면 됩니다.
먹는 밤의 밤송이는 가늘고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하게 나 있습니다. 맨손으로 잡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칠엽수속 열매를 감싸는 껍질은 식용 밤송이처럼 가늘고 촘촘한 가시가 뒤덮인 모습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닥에서 갈색 열매를 발견했다면 알맹이만 보지 말고 주변에 떨어진 열매 껍질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칠엽수는 잎을 보면 더 알아보기 쉽다
손바닥처럼 펼쳐진 잎이 특징이다
열매 때문에 이름을 알게 됐지만 칠엽수는 잎도 상당히 독특합니다.
하나의 잎자루 끝에서 여러 장의 작은 잎이 손가락을 펼친 것처럼 퍼져 있습니다.
‘칠엽수(七葉樹)’라는 이름도 이런 잎의 생김새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을에 밤처럼 생긴 열매가 떨어져 있는데 위를 보니 커다란 잎이 손바닥처럼 펼쳐져 있다면 칠엽수 종류인지 한 번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칠엽수와 마로니에는 같은 나무일까?
비슷하지만 무조건 같은 나무라고 하면 정확하지 않다
칠엽수를 검색하다 보면 ‘마로니에’라는 이름이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칠엽수와 마로니에가 이름만 다른 같은 나무인 줄 알았습니다.
둘은 모두 칠엽수속(Aesculus)에 속해 가까운 관계지만, 우리가 칠엽수라고 부르는 나무와 일반적으로 마로니에 또는 horse chestnut이라고 부르는 나무는 종까지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열매가 식용 밤과 닮아 혼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정확한 종을 모르는 상태에서 공원에 떨어진 칠엽수류 열매를 보고 “밤처럼 생겼으니까 먹어도 되겠지”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실수로 칠엽수 열매를 입에 넣었다면?
맛을 보고 밤인지 확인하는 건 피해야 한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이것입니다.
“밤 맞나? 조금만 먹어보자.”
정체를 모르는 야생 열매를 맛으로 구별해서는 안 됩니다.
칠엽수속 열매를 실수로 입에 넣었다면 남아 있는 내용물을 뱉고 입안을 물로 헹구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메스꺼움이나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좋고, 입술이나 얼굴이 심하게 붓거나 호흡곤란, 의식 이상처럼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의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가을 산책길에서 주운 열매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입에 넣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산에서 들은 이야기 덕분에 하나 알게 됐다
가을에 떨어진 열매라고 전부 먹는 밤은 아니다
엄마가 처음 이 이야기를 해줬을 때는 그냥 남산에서 가이드 설명을 우연히 들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찾아본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정말 헷갈릴 만합니다.
가을에 나무 아래 떨어진 갈색 열매를 보면 자연스럽게 밤부터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특히 칠엽수 열매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반질반질한 갈색 씨앗 때문에 식용 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밤처럼 생긴 열매를 발견하더라도 무작정 주워 먹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가을에 떨어진 갈색 열매가 밤처럼 보인다고 해서 모두 먹을 수 있는 밤은 아닙니다.
엄마가 남산에서 우연히 들었다는 “밤 아니니까 절대 먹지 마세요”라는 말.
알고 보니 기억해둘 만한 이야기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질문 1
Q. 칠엽수 열매는 밤처럼 생겼는데 먹어도 되나요?
A. 칠엽수속 열매를 식용 밤처럼 먹어서는 안 됩니다. 섭취하면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길에서 발견한 열매의 정체가 확실하지 않다면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질문 2
Q. 칠엽수 열매와 먹는 밤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열매 하나만 보기보다 껍질과 나무의 잎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용 밤은 가늘고 날카로운 가시가 빽빽한 밤송이에 들어 있는 반면 칠엽수류는 열매 껍질의 모습이 다르고, 잎도 손바닥처럼 여러 장이 펼쳐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질문 3
Q. 칠엽수 열매를 모르고 한입 씹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삼키지 않았다면 입안에 남은 것을 뱉고 물로 헹구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구토나 복통 등의 증상을 살피고, 얼굴이나 입술이 심하게 붓거나 호흡곤란처럼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의료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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